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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귀농해서 제일 처음 지은 농사

귀농을 결심하고 2005년 12월에 남편이 먼저 내려와서 농사를 시작하고
저와 아이들은 2월에 학년을 마무리 하고 나중에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하고 다음날 부터 짐도 다 정리 못해 일부는 마당에 쌓아 놓고는
하우스로 가서 장다리 모종 이식을 해야했습니다.

저희가 농사지으러 내려오겠다고 했더니 사촌아주버님이 장다리 농사를
권하셨어요.
장다리는 무와 배추꽃을 말하는데, 종묘회사와 계약해서 무와 배추씨를 채종하는
농사를 장다리 농사라고 합니다.
종묘회사와의 계약이라 비교적 안정적이라 권해주신 농사입니다.

장다리는 보통 11~12월 사이에 씨를 넣어서 모종을 키우기 시작해야 해서
겨울에도 쉴 틈이 없습니다.



일단 하우스에 모종을 키우기 시작하면 아침에는 이불(두꺼운 부직포)을 벗겨주고
저녁에는 이불을 덮어줘야합니다. 혹시라도 날씨가 좀 따뜻하면 옆에 있는
하우스 문도 열어줘서 하우스안의 온도를 맞춰줘야합니다.
그래서 모종을 키우면 그야말로 아무대도 못갑니다. ^^

아, 위에서 이야기한 이식이란 배추와 무씨를 먼저 모판에 줄로 넣어서 싹을
키운다음에 그걸 다시 하우스에 일정한 간격으로 옮겨심는데 이걸 이식 또는
가식이라고 합니다.



2월 말에서 3월10일경 사이에 모종들을 노지에 정식해야합니다.
지금은 정식하기위해 밭에 망을 따는 중입니다. 장다리는 한 망에 두줄로
심기때문에 망을 좀 넓게 땁니다. 보통 두둑이라고 하지요. 이곳에서는 망이라고 합니다.



밭 장만을 다하고 모종을 이식하는 날입니다.
이식하기 전날 하우스에서 두달 넘게 키운 모종들을 캐서 미리 푸대에
담아 놓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모종을 심어 놓고 그 위에 비닐을 덮어 줘야합니다.
그리고 장다리가 얼지 않을 정도가 되면 일단 비닐에 구멍을 뚫어서 통풍을 시켜줍니다.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비닐 밖으로 모종들을 꺼내서 모종 주위에 흙은
덮어 줘야합니다. 이걸 복토라고 해요.
처음에는 이런 용어들을 몰라서 또 한참 헤맸다지요~~~ ^^;;



농사가 육체노동이라 아무래도 자주 먹게 됩니다. 아침 7시 부터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낮길이가 길어지면 6시에도 일을 시작합니다.
오전 10쯤해서 오전 새참을 먹습니다. 그리고 점심은 1시쯤 먹고,
오후 새참은 4시쯤 먹습니다.
들에서 먹는 새참과 밥은 색다른 운치와 맛이 있습니다. 노동을 하고 난후의
만찬(?)이라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맑은 공기속에서 먹는 새참과 점심은
그야말고 꿀맛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일상이라 별다른 느낌이 없으시겠지만
전 아직도 먹을 때 마다 즐겁습니다. 히히히~~



초봄에 바람이 그렇게 많이 심하게 부는줄 농사를 짓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바람이 얼마나 심하게 부는지 중간중간에 흙을 올려 놨는데도 바람에
비닐이 벗겨져서 바람부는 날 남편과 어머님과 셋이서 씨름을 하고 있는데 얼마나 춥던지...
삽질하느라 허리 아프고, 추워서 거의 동태가 되갈 무렵, 동네에서 올라오는 길에
할머님들이 한분 두분 손에 괭이를 들고 올라오시더니 저희 밭으로 오셔서 비닐을 씌워 주셨어요.
마늘밭에서 비닐을 덮으시던 동네 할머님이 저희 밭을 보시고는 집으로 가셔서
회관에 전화하셔서 저희 밭에 비닐이 벗겨졌다고 하셔서 회관에서 놀고 계시던
할머님들이 집에 가셔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괭이들고 밭으로 오신겁니다.
덕분에 저희들이 이날 살았습니다. 식구들 끼리 했으면 2,000평밭 전부다 못 덮었을
거예요. 완전히 영화의 한장면 같았어요. 얼마나 감동적이었다구요. 감동감동~~~^^
사람사는 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던 사건이 였어요.

이일 있고 나서야 저희들도 드디어 완전한 동네사람이 된것 같더라구요.^__________^









장다리가 좀 크면 바람에 흔들리고, 더 크면 줄기가 약해서 넘어가므로 말목을 박아서 줄을 메줘야 합니다.
이 줄 메는 일이 허리 끈어지는 일입니다. ㅜ.ㅜ
장다리가 좀 크면 다시 줄을 메야 합니다. 줄은 모두 3번정도 멥니다.



무장다리 암놈과 숫놈입니다. 붉은색이 숫놈입니다.
품종마다 꽃색깔도 약간씩 차이가 납니다. 이건 숫놈은 씨를 받지 않고 수정이 되서
암놈이 꼬투리가 생기면 뽑아 버립니다. 숫놈은 한마디로 씨받이 용이지요~ ㅋㅋㅋ




6월쯤에 장다리를 수확합니다. 채종하는 것들은 다들 암놈과 숫놈이
따로 있습니다. 장다리는 암놈과 숫놈을 따로 따로 수확해야합니다.



장다리를 줄가리 쳐놨습니다. 이렇게 해서 바삭 말려야 타작이 됩니다.
비가올 때는 위에 있는 비닐을 씌워줘야해요.
그렇다고 그냥 비닐을 계속 씌워주면 너무 뜨거워서 씨들이 익어 버립니다.
장다리 수확 시기와 장마가 겹치는 때가 많아서 관리를 신경써서 잘해 줘야해요.
잘못하면 전부 썪여 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드디어 타작입니다.
 장다리는 타작하기가 좀 힘든 것이 한참 더운 한여름, 7월에 타작을 하는데
배추는 그래도 타작이 좀 쉽지만, 무장다리는 한낮에 타작 해야합니다.
조금이라도 눅눅해 지면 타작이 안되서리...ㅡ.ㅡ
첫해에는 진짜로 이러다가 죽는구나 했습니다.
30도를 훌쩍 넘는 날씨에 땡볕에서 일을 하니 숨이 턱에 차는데 얼음물을 아무리
마셔도 숨을 쉴 수가 없는게 이래서 사람이 더위에 죽는구나 했습니다.
처음하는 일이라 요령도 부족해서 남들 하루면 할 일을 3일을 했습니다. 쿨럭~~
엉엉 진짜로 죽는줄 았어요. ㅠ.ㅠ

장다리 농사는 2년만 했습니다. 원래 저희가 하려더 농사와 방향이
맞지 않는것도 있고, 경험삼아 안정적인 가정경제(?)를 위해 시작했던거라...
힘은 많이 들었지만 처음 지었던 농사라 나름대로 재미도 있었고
저희가 이곳에서 자리를 잡는데 도움도 많이 됐던 농사였습니다.

요즘이 장다리 정식 시기라 밭에 갈때마다 한번씩 생각이 나네요.
이런것도 정이 드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