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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잊혀진 정월대보름의 풍습들


저녁밥을 먹으면서 어머님께 정월대보름에 있었던
풍습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 듣는 풍습들이라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정월대보름 풍습하면 흔히들 달맞이와 쥐불놀이, 오곡밥, 다섯가지 나물,
부럼 이런것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농경사회 였던 옛날에는 농사가 시작되기 전 명절이라 제법 큰 명절이었는데
사회가 변화되면서 요즘에는 정월대보름의 의미와 풍습들이 많이 잊혀져 갑니다.
이제는 시골에서도 예전의 풍습들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어머님께 들었던 정월대보름의 풍습들입니다.


예전에는 부잣집이 아니면 집에 우물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대부분 마을의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생활을 했는데
정월대보름에 뜨는 첫번째 우물물을 "용물"이라고 해서
그 물을 길어 다 밥을 지으면 가족들이 건강하답니다.
그래서 정월대보름이면 여자들이 제일 먼저 우물물을
길어오기위해 새벽 일~찍 우물로 달려갑니다.
그곳에 처음 도착해서 우물물을 길어가는 사람은
자신이 "용물"을 길어 갔다는걸 표시하기위해 짚으로 작은
똬리를 역어서 우물에 던져둡니다. 그러면 뒷사람들이
한발 늦었다고 아쉬워 하곤 합니다.
"용물"이라는 이름은 "용이 놀다 승천한 물"이라는 뜻이 랍니다.


용물을 길어다 찰밥을 해서 식구들이 먹을 밥을 큰~그릇에
한꺼번에 떠서 식구들의 숟가락을 꽂아 놓고, 젓가락은
나물에 올려놓고(제사 지낼때 처럼) 한해의 풍년과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하고 그 밥을 나눠서 아침을 먹습니다.

아침일~찍 온 식구가(어른아이 남녀 모두) 데우지 않는 맑은 술을
한잔씩 마셨는데, 이 술을 귀밝게, 귀밝이술 이라고 합니다.
이 술을 마시면 1년동안 귀앓이를 하지 않고, 좋은소식들을
잘 들을 수 있답니다.
귓병에 대한 예방의 의미도 있지만 주변에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기원의 의미도 있는것 같아요.




아침을 먹고나면 더위를 팔러갑니다.
"아무게야~" 하고 이름을 불러서 대답을 하면 얼른
"내 더위 사가라~"하고 더위를 팝니다.
그러면 그해 여름을 더위를 안타고 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보름날 에는 누가 불러도 대답을 안하던가
상대방이 더위를 팔기전에 먼저 더위를 팔아버리기도 합니다.
더위는 한번만 팔아도 되지만 아이들은 장난을 치느라
오전내내 만나는 사람마다 더위를 팔곤 했습니다.^^
몸이 허약해서 옛날에는 더위를 먹고 힘들어 하던 아이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더위를 팔고난 아이들은 조리를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밥을 얻습니다.
이 밥을 들고 디딜방앗간에 가서 디딜방아 위에 앉아서 밥을 먹습니다.
옛날에는 아이들이 워낙 못먹어서 영양실조로 피부에 마른버짐이
많이 생겼었는데 조리밥을 디딜방아 위에서 먹으면 마른버짐이 안생긴답니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소가 한마리씩은 다 있었답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소가 꼭 있어야 했으니까요.
키에 밥과 나물을 담아서 소에게 갖다 줍니다.
이때 소가 밥을 먼저 먹으면 그해 풍년이 들고, 나물을 먼저 먹으면
흉년이 든답니다. 소에게 키를 갖다 주면서 속으로 얼마나
빌었을까요. 밥 먼저 먹으라고...



대보름에는 두부를 먹어야 살이 찐답니다.
원푸드 다이어트니에 수십만원짜리 다이어트약을 사먹기도 하는
요즘에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풍습이지만
먹을게 없었던 옛날에는 먹고 살이 찔만큼 먹을게 풍성한
한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정월대보름은 한해의 농사를 시작하기 바로 전의 명절이라
주로 그해의 풍년을 기원하고 가족들의 건강을 비는
풍습이 아주 많았던것 같습니다.
사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풍년이 들어야 잘 먹고, 잘 살지...

요즘은 매년 쌀농사가 풍년이 들어 쌀이 남아돌고, 당연히 못먹고 사는
사람들도 찾아 볼 수 없어서 일까요?
지금은 이런 풍습들을 시골에서도 찾아 볼수가 없습니다.
기껏해야 더위팔기 정도,,,

내일은 동네에서 윷놀이를 한다네요.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윷놀이를 동네마다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시골이라 이정도는 남아 있어서 좋습니다.^&^

여러분도 더위팔아서 시원한 여름보내시고,
귀밝이술 드시고 좋은 소식 많~이 듣는 한해 되시길 바랍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