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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수루매를 아시나요????

몇년전 제사때 시장에 다녀오겠다는 제게 어머님께서

"시장에 가거든 수루매 한마리 사오너라."
앵? 이게 뭔소리~~~ㅡ0ㅡ

"어머님, 수루매가 뭔데요?"
"수루매~, 물수루매~"
"그러니까 수루매가 뭔데요?"
"수루매가 수루매지..."
"그게  생선이예요?"
"응~ 수루매~"

이건 스무고개도 아니고.
도대체 수루매가 뭐냐구요???
어머님도 저도 서로 답답해 하다가.

"뭐하시려구요?"
"튀김하려구"
"혹시 오징어요?"
"그래, 오징어~ 수루매."
"쩝~~~ ㅡ.ㅡ"

왜? 오징어를 수루매라고 하는 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알았어요. 수루매가 오징어인줄...
이렇게 사투리를 못알아 들어서 골탕(?)을 먹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정말 표준말하고는 전혀 비슷하지 않는 것들이 많아서
어떤때는 눈치로, 것도 안돼면 뜻을 물어서 알아 가야 합니다.ㅋㅋㅋ
그것도 나름 재밌더라구요. 그래서 한번 정리 해봤습니다.

짠지가 너무 시구와 못먹겠더라 새로 담아야지. 밭에 나물이 좋아서
지금 담가도 되겠더라.

김치가 너무 셔져서 못먹겠더라 새로 담아야지. 밭에 배추 좋아서
지금 담아도 되겠더라.

나물이란 말은 상추나 배추 그외 쌈채소일부 등 여러가지로 씁니다.
한마디로 알아서 알아들어야 합니다. ^^


집에서 키운 질굼은 으찌그래 질긴지 몰라.
집에서 키운 콩나물은 왜 질긴지 몰라.

밭에 칠덩거리 순이 연해서 좀 뜯어 왔다. 삶아 말려서 묵나물 만들자.
밭에 취나물 순이 연해서 좀 뜯어 왔다. 삶아 말려서 말린나물 만들자.

"묵나물은 뜯어 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먹는 산나물." 이라고 사전에 나오네요.
결혼후 어머님이 다래순 말린걸 주시길래 나물 이름을 여줘 봤더니, 묵나물
이라고 하셔서 몇년 전까지 묵나물이 특정 나물의 이름인줄 알았어요. ^^;;;
칠덩거리라고 주신 건 저 혼자 해석해서 그게 칡뿌리 순인줄 알았어요.ㅋㅋㅋ

신나물 짠지 담게 장물 좀 떠다 주고 양념 좀 꺼내 줄래?
고들빼기 김치 담게 간장 좀 떠다 주고 마늘찌은것 좀 꺼내 줄래?

신나물은 고들빼기 뿐만 아니라 쓴맛나는 나물들 대부분을 신나물이라 합니다.

김칫물이 잘 익어서 맛이 시원허네, 날씨도 뜨분데 뜨거분 국보다는 매각이 낫지 않으까?
물김치 잘 익어서 맛이 시원하네, 날씨가 더운데 뜨거운 국보다는 냉국이 낫지 않을까?


일좀 세게 해봐 날씨가 하리해 지는게 비가 올것 겉혀.
일좀 빨리빨리 해봐 날씨가 흐려 지는게 비가 올것 같구만.

그집 새댁이가 일을 얼마나 시~게 하는지...
그집 애기엄마가 일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

새댁이라는 말은 젊은 여자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보통 60대초반 까지의 여자들에게 붙이는
명칭입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남자들은 뭐라고 할까요?

시게라는 말은 세게를 이곳의 발음대로 쓴말로  주로 "빨리", "많이" 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저~,  쟁반이 없을 까요?"   "거기 박스에 들엇을 꺼야. 거기 많은데..."
"없는데요~" "여깃네." "아니, 이것 말고 오봉이요~ ^^;;;"

이건 실재로 재작년 단오제에서 점심 준비를 하면서 있었던 대화입니다.
제가 찾던건 쟁반이었는데 주신건 접시였습니다. ㅡ.ㅡ
쟁반오봉이라고 하고, 접시쟁반이라고 합니다. 헤갈려서~~

도장쇳대가 없어 졌네. 혹시 못봤냐?
창고가 없어 졌네. 혹시 못봤냐?

쇳대라는 말도 무지 고생한 단어중 하납니다.
분명 한국말인데 못알아 듣는게 왜그리 많은지... 쩝~

아이고 사램이 얼매나 많은지 식당 앞에 아주 나래비를 섰어, 돈, 한정없이 벌겠데~
아이고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식당 앞에 아주 줄을 섰어, 돈, 말도 못하게 벌겠더라~

한정없다는 말은 주로 아아주 많이 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딸래집에 댕겨오니라 집을 한달 정도 비워놨다가 들어 갔더니 어찌나 서글픈지...
딸래집에 다녀오느라 집을 한달 정도 비워놨다가 들어 갔더니 어찌나 썰렁하고 처량한지...

아이고~ 도시살다 시골와서 살라카니 영~ 서글프제~
아이고~ 도시살다 시골와서 살려고하니 영~ 거북하고 부족한것이 많지~

내는 비오는 날 일하는기 젤로 서글프더라...
나는 비오는 날 일하는게 제일 거북하고 청승스럽더라...

그집 새신랑이 일하는 솜씨가 어찌나 거치 같은지 밭이 고마 영 서글퍼서...
그집 새신랑이 일하는 솜씨가 어찌나 덜렁이 같은지 밭이  영 엉망진창이라.

반거치라는 말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충대충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서글프다. 말은 정말 여러가지 뜻으로 쓰는데 대부분, 청승맞다.  어설프다. ~하기가 거북하다.
이런 비슷한 뜻으로 씁니다.


아니~ 을 맞춰 놨는데 갑자기 못간다니 맹랑하잖아~
아니~ 일손을 맞춰 놨는데 갑자기 못간다니 곤란하잖아~

감자를 그집에 얼매나 달게 숨었는가 내사 그거 감자 지대로 달리지도 않겠더라~
감자를 그집에 얼마나 쫌쫌하게 심었는가 내가 봐서 그거 감자 제대로 열리지도 않겠더라~

그리고 이곳에서는 말미에 ~해여. 를 잘습니다. 가령
지금 가요?         밥먹으러 안가여?
지금 가여?~      밥먹으러 안가?

이거 처음에 시댁에 인사를 와서 손위시누님께서 절더러 이런식으로
말씀하시는데 이게 존댓말인지, 반말인지  혼자 속으로 엄청 고민했습니다.
이게 반 존댓말 같은 겁니다. 아주 말을 놓기가 좀 어려운 상황이나, 사람에게 씁니다.
반말처럼 쓰는 사람도 있어요. 알아서 새겨 들어야 합니다. ㅡ.ㅡ;;;


이것 말고도 재밌는 사투리들이 많습니다만, 실생활에서 많이 쓰여지고 있는 것들만
한번 써봤습니다.
분명 우리나라말인데 서로 교류가 원할하지 않던 시절에 쓰였던 사투리들이 서로 많이
달라 오히려 그 지방의 특색도 나타내주고 아무래도 표준말(이것도 원래대로 하자면 특히
조선시대이전, 경기도 사투리지요~)보다 정감이 가는것이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