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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사기당한 캔꼭지 모으기

지난 여름 휴가에 여동생네가 왔을때
음료수 캔 꼭지를 따서 모으길래 물어 봤더니
캔꼭지 2만개로 가지고 휠체어를 만들 수 있어서
이걸 보내면 형편이 어려운 장인에게 휠체어를 기증해 준다고,
조카 담임선생님이 반아이들에게 모으라고 했다고 하면서
주위에 있는 버려진 캔꼭직지 알뜰이 모으더라구요.

저희는 음료수를 먹는 일이 거의 없고 특히 캔음료는 전혀 안 사먹습니다.
그래도 다만 몇개로 보태고 싶어서 동생이 다녀간후에 정말 악착 같이 모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먹은 캔꼭지는 물론 이고 친구들 먹은것 까지 모아오라고 하고
저도 모임에게 가서 음료수가 나오면 다른 테이블에 있는것 까지 다 따오고,
길가에 뒹구는 캔은 물론 쓰레기 통에 있는것 까지 따서 찜찜하니 씻어서
모았습니다. 그렇게 해도 얼마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모두 약 350개.
동생에게 보내봐야 겠다. 하고 있는데 들려오는 소리가 이것 "사기다."




놀래서 언능 검색해보니... 이럴수가... 어느곳에서도
캔꼭지와 휠체어를 바꿔 준다는 곳이 없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캔꼭지를 모은 사람이 저희만 있는건 아니더라구요.
전국적으로 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 헛수고를
했더군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헛소문이 퍼졌을 까요?
사건의 전모를 알아보니...


10여년 전에 캔뚜껑의 따개 고리 1만개를 모아오면 휠체어로 바꿔 준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캔고리를 모았다는 문의는 빗발치는데 어디서 누가 어떻게 바꿔 주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아무리 수소문을 해 봐도 소문의 진원지는 찾지 못한 채 한바탕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당시만 해도 음료수 캔을 따면 고리가 떨어졌는데 그 고리를 아무데나 버리는 바람에 종이류 재활용 기계에 지장을 주어서 한 재일교포가 모 연예인을 내세워 '캔뚜껑 1만개를 모아오면 휠체어와 바꿔 준다'고 발표를 했는데 발표 직후 그 재일교포 기업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캔뚜껑과 휠체어 교환사업은 시작도 못했다는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그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캔뚜껑을 모으기 시작한 사람들의 문의는 끊이지 않았고,어느 날 부산의 모 군부대에서 연락이 왔다. 캔뚜껑과 휠체어로 바꿔준다고 해서 전 부대원들이 모으기 시작하여 몇 가마니를 모았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그 정성이 가상하여 필자가 일하던 단체에서 모 단체의 후원으로 그 부대에 휠체어 몇 대를 전달했다.

그리고는 벌써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그 소문은 한동안 잠잠해지더니 몇 달 전부터 캔뚜껑과 휠체어 교환에 대한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 10년 전의 망령이 왜 되살아났을까 싶었는데 이유를 알고 보니 어이가 없었다.

'파란나라 사랑나눔회'라는 다음카페에서 지난 1월부터 캔뚜껑과 휠체어 교환사업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MBC TV의 '느낌표'에서 지난 3월 5일에 방송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5월 29일자 국민일보에는 '캔뚜껑 1만개수집 효심 휠체어 얻고'라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외할아버지에게 휠체어를 선물하기 위해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캔뚜껑을 모으러 다니느라 '깡통소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는 한 소녀의 눈물겨운 사연이었는데 이 소식을 전해들은 모 기독교단체에서 휠체어를 선물했고,그 소녀가 모은 캔뚜껑 1만개는 '파란나라 사랑나눔회'에 기증했다는 것이다. 확인을 해보니 '파란나라 사랑나눔회'에서도 어디서 누가 휠체어를 주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는데,이런 사실을 확인도 안한 채 그 후에도 여러 매체에서 캔뚜껑을 모으면 휠체어를 준다는 보도를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알루미늄캔의 재료는 1㎏에 1천~2천원 정도의 가격이므로 캔뚜껑 2㎏으로는 상품가치도 없을 뿐더러 몇 년 전부터는 캔뚜껑에 따개 고리가 붙어 나오는데,캔의 따개 고리만 억지로 떼어내고 캔은 버린다는 것은 자원재활용이나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더구나 수동휠체어 1대 가격은 15만~20만원 정도인데 건강보험에서 80%를 지원해주고,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로 지원한다.

장애인을 위해서 봉사를 한다는 것은 백번 고맙고 아름다운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는 '캔뚜껑과 휠체어 교환'이라는 헛소문에 현혹되어 선량한 학생들을 거리로 내몰아 쓰레기통을 뒤지게 하는 일은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부산일보 / 입력시간: 2005. 06.14. 10:58


동생은 재활용쓰레기 버리는 날이면 아파트 단지에 쓰레기 버리는 곳에서
작정하고 꼭지만 따서 거의 2만개 거의 다 모았다는데
억울해서 안된다고 휠체어 만드는 회사에 전화라도 한번 해보겠다네요.^^;;;

다른곳도 아니고 언론에서 재대로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했어야하는데
좋은 뜻에서 한일인데 이렇게 되니 허탈합니다. ㅡ.ㅡ
혹시 아직도 사실을 모르고 모으시는 분들계시면 그만 하세요.